몇 년 전 한쪽 아킬레스건이 동그랗게 부어서 찾아온 러너가 있었다. 동호회에서 언덕 훈련을 포함한 고강도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러너였다. 전에도 여러 번 아킬레스건 부위가 아팠던 경험이 있었지만 며칠 쉬면 낫는 경우도 있고, 또 달리면 안 아프기도 해서 계속 달리다가 아킬레스건이 부어오르자 비로소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한눈에 아킬레스건염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아킬레스건 자체가 국소적으로 부어 있었다. 수술까지 고려해 볼 만한 상황이었으나 수술을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일단 달리기를 중단하고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에 대한 교육을 한 후 돌려보냈다.
가장 흔한 발목 손상
아킬레스건 부상은 가장 흔한 발목 및 발의 손상 중 하나다. 전체 달리기 부상의 6∼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하중을 견뎌내야 하는 힘줄이다. 달리기 중에 가해지는 힘은 체중의 6∼8배에 달한다. 불행하게도 아킬레스건에는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한다.
아킬레스건은 장딴지근과 가자미근을 합쳐서 발뒤꿈치 뼈인 종골에 붙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아킬레스건 손상의 대부분은 아킬레스건이 종골에 부착되는 부위에서 2∼6cm 위쪽 부분에 많이 발생한다. 이 부분이 혈액 공급이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과회내, 뻣뻣한 아킬레스건, 발의 외반이 문제를 야기하는데 특히 과도하게 언덕 훈련을 할 때 잘 생긴다.
발을 땅에 딛게 되면 정강이뼈인 경골이 외회전하면서 발의 회내가 일어난다. 이런 동작을 통해 발이 체중을 감당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킬레스건은 회전력을 받으며 큰 장력이 걸리게 된다.
과도한 과회내가 일어나는 상황이 되면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가게 된다. 유연성이 부족하여 아킬레스건이 뻣뻣한 경우도 과회내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아킬레스건 손상이 심해진다. 선천적으로 발의 아치가 높은 오목발인 경우 회내의 각도가 정상 발보다 커지기 때문에 과도한 회내가 오면서 아킬레스건에 많은 충격을 준다.
내리막 달리기 때도 아킬레스건에 과도한 충격이 전달된다. 오르막 달리기 때는 발목을 땅에서 들어 올리는 시기에 충격이 커지며, 특히 운동화가 너무 딱딱해서 앞쪽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 신발일 경우 그 충격은 더 강하게 전달된다.
갑자기 속도나 거리 등 훈련량을 늘리는 경우라면 쉽게 아킬레스건염이 올 수 있다. 특히 언덕 훈련량을 늘리거나, 딱딱한 바닥에서 훈련을 했을 경우 더하다. 강한 훈련 사이 휴식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도 쉽게 찾아올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킬레스건의 유연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이나 평소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편 상태에서 발목을 몸 안쪽으로 당겼을 때 발과 종아리의 각도가 직각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발 상태라면 훈련을 갑자기 증가시켰을 경우 쉽게 부상을 입게 된다.
전형적인 증상은 운동 시 나타나는 통증 및 압통이다. 아침 첫 걸음을 뗄 때 심하게 아프고 낮에 활동하면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 계단이나 경사진 길을 오르거나 달리기를 하면 어김없이 아프다.
아킬레스건이 종골에 부착되는 부위에서 2∼6cm 윗부분에 통증이 있다. 쉬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나중엔 평지를 걸을 때도 통증을 느끼며 심해지면 아킬레스건을 구성하는 종아리 근육이 위축되기도 한다. 제대로 휴식과 치료를 받지 못하면 통증 부위가 부어오르며 움직일 때마다 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체중 부하가 심한 운동 피해야
국소 부위에 압통이 있고 부어 있으며 스트레칭을 할 때 통증이 있으면 확실하다. 건 파열의 유무를 확인해야 하므로 환자를 엎드리게 하고 발은 침대 밖으로 나오게 한 후 종아리 근육을 옆에서 짜주듯이 만져서 발이 쭉 펴지는지 살피는 톰슨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한다.
치료의 기본은 모든 달리기 부상과 마찬가지로 PRICE(Protection, 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 보호, 휴식, 얼음, 압박, 거상)다. 일단 달리기는 중단해야 한다. 체중 부하가 심해지는 오르막, 내리막 걷기를 포함하여 체중이 많이 실리는 운동은 다 중단해야 한다.
비(非) 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를 투여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도 방법이다. 통증이 심할 때는 뒤꿈치를 약간 높여주는 신발을 신게 해서 아킬레스건에 불필요한 자극이 가는 것을 줄여야 하지만 오래 하면 좋지 않다. 그런 신발을 오래 신게 되면 아킬레스건이 도로 짧아져서 재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초음파 치료를 포함한 물리 치료도 큰 도움을 준다. 통증이 심하다면 목발을 짚고 걷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증식 치료라 해서 아킬레스건에 주사를 놓아 더 튼튼하게 만든다고 하나 필자는 체중을 지탱해야 하는 아킬레스건에 대한 주사는 반대한다.
단, 아킬레스건 자체보다는 아킬레스건 주위 조직의 염증이 심한 경우라면 초음파를 보면서 아킬레스건 주위에 소염제를 주사하는 것은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도움이 된다. 심한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스트레칭을 실시해야 한다.
아킬레스건을 구성하는 장딴지근과 가자미근을 함께 스트레칭 해주어야 한다. 대체 운동으로 물속에서 하는 걷기나, 자전거 정도가 권장된다.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면 아킬레스건의 근력 강화운동도 시작해야 한다.
단 국소 부위에 압통이 없어야 하고, 통증 없이 스트레칭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아침 통증 또는 강직이 없어야 하고, 보행할 때와 종아리를 올릴 때도 통증이 없어야 한다.
처음에는 평평한 바닥에서 벽을 잡고 뒤꿈치를 들어올리는 운동을 하고, 통증 없이 할 수 있게 되면 계단에 발끝을 대고 뒤꿈치를 천천히 내렸다가 들어올리는 운동을 한다. 여기까지 해도 무리가 없다면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도 된다.
평지에서 짧은 거리를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며 러닝화는 충분한 쿠션이 있고, 과회내를 방지해 주며, 발끝이 적당하게 구부러지는 것으로 신어야 한다.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한 힘줄이므로 아껴 써야 한다. 건 파열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입는다면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고 아무래도 수술 후에는 예전처럼 잘 달리기 어렵다.
평소에 꾸준히 아킬레스건에 대한 스트레칭을 하고, 무리하지 않는 훈련 계획으로 즐겁게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킬레스건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포커스 마라톤-